탈한전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한전의 경영위기가 예상된다.
한전이 아닌 전력시장에서 직접 전기를 거래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올해만 벌써 기업 3곳이 전력거래소 신규 회원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8일 복수의 전력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LG화학·한화솔루션·코레일 등 3개 기업이 전력거래소 신규 회원으로 가입, 직접전력거래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SK어드밴스드가 첫 직접전력거래 신청을 하면서 기업들의 탈한전 현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한전은 지난해 4분기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 대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kWh당 182.7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전력시장에서 직접 전기를 구매하는 직접전력거래에 나서게 됐다.
한전은 지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때 급격하게 뛰어오른 연료비에도 전기요금을 제때 인상하지 못해 200조원 수준의 누적 부채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점차 전기요금을 늘리는 상황에 대규모 매출을 담당하는 기업군의 이탈 현상 심화는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시그널이 되고 있다.
각 사가 제공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폈을 때 LG화학은 구체적인 전력사용량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가발전 외에 외부에서 구입한 간접 에너지 사용량(전력+스팀)은 3만634TJ(2023년 기준)으로, 이 중 최소 2만TJ(5556GWh) 이상 전력을 한전으로부터 구매한 것으로 추산된다.
코레일의 경우 2023년 기준 2만7043TJ(7518GWh) 정도의 전력을 사용했다. 한화솔루션도 자가발전 외 구매한 전력량이 2024년 기준 1만4417TJ(4005GWh), 2023년 기준 1만5831TJ(4400GWh)에 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전력거래량은 54만4666GWh 정도다. 세 기업이 2023년 기준 한전으로부터 사들인 전력량이 1만7474GWh로 추산되며 전체의 3.2%에 달하는 양이다.
아직 구체적인 수치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력산업계는 3개 기업의 10여 개 사업장이 직접전력거래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당장 전체 전력을 직접거래하지는 않겠지만 한전의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근 중동 전쟁 등 글로벌 이슈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력직접거래 역시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투자정보 사이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지난 13일 네덜란드 TTF 종가는 MWh당 37.894달러로 하루 전인 36.177달러보다 상승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 17일 종가는 39.309달러로 40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올초 대비 가격이 큰 폭으로 높은 것은 아니지만 지난 1주일여간 지속적으로 가스 가격이 상승그래프를 보이는 만큼 전력사용량이 큰 여름철 연료비 이슈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유럽연합(EU)의 천연가스 비축도 예년 대비 상황이 좋지 못하다. 외환·금융 전문 매체 FXSTREET는 지난 9일 유럽의 천연가스 저장량이 50%를 넘었지만 지난 5년 평균치에 비교하면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올 여름철 LNG 수입을 두고 아시아와 유럽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력산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 측에서는 사실상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료비 인상 리스크는 직접전력거래가 꼭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화학업종의 경영난 등으로 탈한전까지 고려하는 기업들을 위한 대안도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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